일산명월관요정에 처음 간 날. 택시에서 내렸을 때 비가 왔다. 우산도 없었다. 골목 안쪽에 나무 대문이 보였는데, 솔직히 맞는 곳인지 확신이 없었다. 간판이 너무 작았다.
같이 간 형이 웃으면서 문을 밀었다. 삐걱. 그 소리가 지금도 기억난다.
그 안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나무 향이 코를 먼저 잡았다. 마룻바닥이 발밑에서 울렸다. 족자, 도자기,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가야금 소리. 밖에서 비 맞으면서 "여기 맞아?" 하던 내가 바보 같았다. 방에 앉자마자 음식이 쏟아졌다. 전복죽. 모듬전. 한우. 해물탕. 세다가 그만뒀다. 열다섯 가지.
형이 말했다. "어때?" 나는 대답 대신 소주를 따랐다. 그게 대답이었다.
가야금이 아리랑을 켰다. 나 원래 안 우는 사람인데. 눈이 좀 뜨거워졌다. 술 탓이라고 해두자.
당신도 한번 가봐. 그다음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거다.